대형화되는 글라스 파사드의 구조적 안정성과 접합부 설계
글. 김상철 대표 | (주)아텍글라스
편집. 월간익스테리어 편집부
(본 글은 김상철 대표의 월간익스테리어 연재 기고문을 요약, 설명한 글입니다. 원본은 글 하단에 포함되어 있으며 다운로드가 가능합니다)
현대 건축에서 유리는 더 이상 실내외를 구분하는 단순한 마감재에 머물지 않는다. 건축물의 투명성과 개방감을 극대화하고, 입면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핵심적인 구조 요소로 사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유리판의 크기가 더욱 커지는 한편, 이를 지지하는 프레임과 연결 부재는 가늘고 간결해지는 방향으로 파사드 디자인이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디자인을 실제 건축물에 구현하려면 유리의 재료적 특성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유리는 압축에는 비교적 강하지만 인장응력과 국부적인 충격에는 민감하며, 철이나 알루미늄처럼 파손 전에 큰 소성변형을 나타내지 않는다. 일정한 한계를 넘으면 별다른 사전 징후 없이 갑작스럽게 파손될 수 있는 대표적인 취성재료다. 따라서 구조용 유리 시스템은 단순히 유리의 두께를 늘리거나 강화유리를 적용하는 것만으로 안전성을 확보할 수 없다.
구조용 유리 설계자는 유리가 파손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해서는 안 된다. 사용 중 유리가 받게 되는 하중과 변형뿐 아니라,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유리가 파손됐을 때와 파손 이후 시스템이 어떻게 거동할 것인지까지 고려해야 한다. 결국 구조용 유리 설계는 안전성, 사용성, 심미성, 내구성과 효율성을 종합적으로 충족시키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한 안전율을 넘어 실제 조건을 반영하는 설계
구조용 유리에는 ASTM E1300, DIN 18008, EN 1990, CEN/TS 19100 등 여러 국제 설계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각 기준은 세부적인 계산 방법에서 차이를 보이지만, 유리의 강도를 하나의 고정된 값으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공통된 방향을 갖고 있다.
과거에 널리 사용된 허용응력설계는 재료가 허용할 수 있는 응력보다 실제 발생응력이 낮도록 일정한 안전율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비교적 이해하기 쉽고 적용이 간단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유리의 실제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조건을 충분히 반영하기는 어렵다.
유리의 구조적 성능은 유리 종류나 두께뿐 아니라 열처리 여부, 표면 상태, 가장자리 가공 수준, 홀의 위치와 품질, 하중이 작용하는 시간 등에 따라 달라진다. 같은 두께의 유리라도 절단한 상태의 엣지와 정밀하게 연마한 엣지의 성능이 같지 않으며, 투명한 일반 표면과 샌드블라스트 처리된 표면도 동일한 강도를 갖는다고 볼 수 없다. 풍하중처럼 짧은 시간 동안 작용하는 하중과 자중처럼 장기간 지속되는 하중 역시 유리에 미치는 영향이 서로 다르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유럽의 구조용 유리 설계에서는 한계상태설계가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한계상태설계는 유리의 기본 강도에 일률적인 안전율만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열처리 상태와 엣지 가공, 표면 처리, 하중 지속시간, 구조물의 중요도와 파손 결과 등을 각각의 설계인자로 반영한다. 따라서 실제 사용 환경과 시공 상태를 보다 구체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구조용 유리 설계에 적합한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유리의 중앙부보다 엣지와 홀을 주의해야 한다
구조해석에서 유리는 일반적으로 선형탄성재료로 간주한다. 하중을 받으면 일정한 관계에 따라 변형되지만, 철골 구조처럼 일부가 항복하면서 응력을 주변으로 재분배하는 능력은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작은 부위에 응력이 집중되면 그 지점이 곧 전체 시스템의 취약점이 될 수 있다.
특히 주의해야 하는 곳은 유리의 가장자리와 홀 주변, 안쪽으로 파인 코너와 접합부다. 유리 중앙부는 상대적으로 균일한 품질을 확보하기 쉽지만, 엣지에는 절단과 연마 과정에서 미세한 결함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홀을 가공한 부위에서는 단면이 감소할 뿐 아니라 홀 주변으로 응력이 집중된다. 설계자는 유리판 전체에 발생하는 평균응력만 확인해서는 안 되며, 이러한 국부 부위에서 발생하는 최대응력을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기하학적 비선형성 역시 구조용 유리 설계에서 중요한 요소다. 대형 판유리가 풍압을 받으면 초기 형상을 유지한 채 단순히 휘어지는 것이 아니라, 변형이 커짐에 따라 판 내부에 막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작용이 유리의 저항성능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지만, 지지조건이나 접합 방식에 따라 불리한 효과를 만들 수도 있다. 따라서 대형 유리나 얇은 유리를 설계할 때는 변형된 형상에서의 거동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
파손되지 않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구조용 유리 설계는 크게 극한한계상태와 사용한계상태에 대한 검토로 구분할 수 있다. 극한한계상태는 설계하중이 작용할 때 유리가 파손되지 않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풍하중, 자중, 적설하중, 사람에 의한 하중과 충격하중 등이 조합됐을 때 발생하는 응력이 유리의 설계강도를 초과하지 않는지 검토한다.
그러나 유리가 파손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구조적 성능이 확보됐다고 볼 수는 없다. 사용한계상태에서는 하중으로 인해 발생하는 처짐과 변형이 실제 사용에 적합한 수준인지 확인한다. 유리의 처짐이 과도하면 입면이 시각적으로 불안정해 보일 수 있으며, 실링재나 개스킷에 예상하지 못한 변형을 일으킬 수 있다. 복층유리에서는 가장자리 실링의 내구성이 저하될 수 있고, 접합유리에서는 층간재의 장기적인 거동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구조용 유리는 강도와 처짐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파손 방지를 위한 안전성 검토와 정상적인 사용을 위한 사용성 검토가 동시에 이뤄져야 하며, 접합유리나 복층유리에서는 장기적인 내구성도 설계 단계에서 고려해야 한다.
구조용 유리의 성능을 결정하는 접합부
구조용 유리 시스템에서는 유리판 자체의 강도만큼 접합부의 설계가 중요하다. 유리와 금속 하드웨어가 직접 맞닿거나 볼트로 체결되는 부분에서 작은 제작오차와 시공오차가 발생하면 하중이 계획한 방식으로 전달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속 구조에서는 일부 접촉면에 하중이 집중되더라도 부재가 소성변형하면서 응력이 주변으로 분산될 수 있다. 반면 유리는 이러한 응력 재분배 능력이 거의 없기 때문에, 하드웨어와 유리 사이에 간극이 있거나 접촉면이 불균일하면 특정 지점에 높은 압축응력이나 인장응력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작은 시공오차가 유리 파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유리와 금속 사이에 사용하는 접촉재료는 이러한 국부 응력을 완화하고 하중을 고르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접촉재료는 충분한 압축강도와 강성을 가져야 하지만 유리보다 지나치게 단단해서는 안 된다. 온도 변화에도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해야 하고, 장기간 하중을 받았을 때 변형이 과도하게 증가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자외선과 세척제, 습기와 부식에 대한 내구성을 갖춰야 하며, 주변의 실링재와 금속재료에 화학적으로 영향을 주지 않아야 한다.
유리 홀과 볼트 사이의 간극을 채우기 위해 사용되는 충진재도 같은 관점에서 선정해야 한다. 충진재는 홀 내부의 불균일한 접촉을 방지하고 볼트에서 전달되는 힘을 유리 단면에 고르게 분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단순한 접착재가 아니라 구조적 하중전달에 적합한 물성과 시공성을 갖춰야 한다.
볼트가 유리의 변형을 지나치게 구속해서는 안 된다
포인트 서포트 글레이징에서는 유리판에 홀을 가공하고 볼트나 로튤을 이용해 구조체에 연결한다. 이때 접합부는 유리를 단단히 고정하는 것만을 목표로 설계해서는 안 된다. 유리는 풍하중과 온도 변화에 따라 휘어지고 미세하게 움직이는데, 볼트가 이러한 변형을 지나치게 구속하면 홀 주변에 높은 국부응력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원문에 소개된 해석 사례에서는 두께 12㎜, 크기 2,000×2,000㎜의 강화유리에 동일한 풍압을 적용한 뒤 힌지형 접합과 고정형 접합의 발생응력을 비교했다. 유리의 회전을 일부 허용하는 힌지형 볼트에서는 약 47.42MPa의 응력이 발생한 반면, 회전을 구속하는 고정형 볼트에서는 약 66.16MPa의 응력이 발생했다. 같은 유리와 같은 하중이라도 접합부의 회전 허용 여부에 따라 응력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힌지형 접합은 접합부에서 유리가 변형될 때 볼트가 일정 부분 회전할 수 있도록 해 유리의 휨을 자연스럽게 수용한다. 반대로 고정형 접합은 지점 부위의 회전을 억제해 홀 주변에 더 큰 응력을 발생시킬 수 있다. 따라서 포인트 서포트 글레이징에서는 볼트의 강도뿐 아니라 회전 성능과 관절 구조, 유리와 볼트 사이의 접촉 조건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전단접합과 마찰접합에서 고려할 사항
접합유리에 홀을 가공할 경우 각각의 유리판에 형성된 홀의 위치가 완전히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이 상태에서 볼트를 그대로 삽입하면 일부 유리판에만 하중이 집중되거나 볼트와 홀의 한쪽 면이 먼저 접촉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줄이기 위해 홀 내부에 베젤을 설치하거나 구조용 충진재를 주입해 볼트와 유리 사이의 간극을 채운다.
마찰접합은 볼트의 인장력으로 유리와 금속판 사이에 압착력을 만들고, 그 접촉면에서 발생하는 마찰력을 통해 하중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구조적으로 깔끔한 외관을 구현할 수 있지만, 볼트의 개수와 체결 토크, 금속판 표면의 평활도와 마찰재의 특성 등을 세밀하게 관리해야 한다.
특히 접합유리에 마찰접합을 적용할 때는 층간재의 장기적인 크리프 현상을 고려해야 한다. 장기간 지속되는 압력과 온도 변화로 층간재가 변형되면 초기의 압착력이 달라지고, 그 결과 마찰저항도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찰접합은 초기 강도뿐 아니라 장기적인 재료 거동과 유지관리 가능성까지 검토한 뒤 제한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홀과 유리 엣지 사이의 거리가 중요한 이유
유리에 가공된 홀은 구조적으로 불가피한 취약부가 된다. 원문에서는 홀 주변에 유리 단면의 평균응력보다 약 세 배에 이르는 응력이 집중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홀의 위치가 유리 엣지에 지나치게 가까우면 홀과 엣지 사이의 좁은 단면에 높은 인장응력이 발생하며, 유리 하단이나 가장자리에서 파손이 시작될 가능성이 커진다.
원문에 제시된 해석에서는 동일한 크기와 두께의 강화유리에 대해 홀과 엣지 사이의 거리를 80㎜와 35㎜로 나누어 비교했다. 80㎜의 거리를 확보한 경우 응력이 홀 주변에 비교적 안정적으로 분포했지만, 35㎜인 경우에는 홀 아래쪽 유리 엣지에 높은 인장응력이 집중됐다. 이는 홀의 크기와 위치가 단순한 가공 치수가 아니라 유리의 구조 안전성을 결정하는 설계 요소임을 보여준다.
구조용 유리의 홀 위치를 결정할 때는 외관과 하드웨어 배치만을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유리의 두께와 크기, 홀의 지름, 하중 방향, 엣지 가공 상태와 열처리 조건을 함께 고려해야 하며, 필요한 경우 유한요소해석이나 실물시험을 통해 응력 집중 정도를 확인해야 한다.

투명한 건축을 완성하는 보이지 않는 엔지니어링
구조용 유리는 건축가에게 높은 투명성과 자유로운 입면 디자인을 제공한다. 그러나 프레임이 가늘어지고 유리판이 커질수록 구조설계와 제작, 시공 과정에서 관리해야 할 변수는 더욱 많아진다. 유리의 종류와 열처리 상태뿐 아니라 엣지 품질, 표면 처리, 홀 가공, 하중 지속시간, 볼트의 회전 성능과 접촉재료의 특성까지 설계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구조용 유리 설계의 핵심은 단순히 높은 강도의 유리를 선택하는 데 있지 않다. 유리판에서 접합부와 지지구조로 하중이 어떤 경로를 따라 전달되는지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특정 부위에 응력이 집중되지 않도록 전체 시스템을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유리가 파손됐을 때 잔존 안전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장기간 사용하면서 접합부와 복합유리의 성능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도 고려해야 한다.
국내에는 구조용 유리와 관련한 KDS 기준이 마련돼 있지만, 복잡하고 비정형적인 글라스 파사드에 적용하기에는 아직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다. 실제 프로젝트에서는 국내 기준과 함께 DIN 18008, CEN/TS 19100 등 해외 기준을 검토하고, 구조해석과 실물시험, 제작 품질관리와 시공관리를 종합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다.
대형 글라스 파사드가 보여주는 투명하고 간결한 외관 뒤에는 유리의 취성을 이해하고 제어하기 위한 정밀한 엔지니어링이 존재한다. 구조용 유리의 완성도는 눈에 보이는 유리판의 크기보다,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엣지와 홀, 볼트와 접촉재료를 얼마나 세심하게 설계했는가에 의해 결정된다.
© 월간익스테리어 | FACADE
© 글. 김상철 대표 (주)아텍글라스 02-527-2032
대형화되는 글라스 파사드의 구조적 안정성과 접합부 설계
글. 김상철 대표 | (주)아텍글라스
편집. 월간익스테리어 편집부
(본 글은 김상철 대표의 월간익스테리어 연재 기고문을 요약, 설명한 글입니다. 원본은 글 하단에 포함되어 있으며 다운로드가 가능합니다)
현대 건축에서 유리는 더 이상 실내외를 구분하는 단순한 마감재에 머물지 않는다. 건축물의 투명성과 개방감을 극대화하고, 입면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핵심적인 구조 요소로 사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유리판의 크기가 더욱 커지는 한편, 이를 지지하는 프레임과 연결 부재는 가늘고 간결해지는 방향으로 파사드 디자인이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디자인을 실제 건축물에 구현하려면 유리의 재료적 특성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유리는 압축에는 비교적 강하지만 인장응력과 국부적인 충격에는 민감하며, 철이나 알루미늄처럼 파손 전에 큰 소성변형을 나타내지 않는다. 일정한 한계를 넘으면 별다른 사전 징후 없이 갑작스럽게 파손될 수 있는 대표적인 취성재료다. 따라서 구조용 유리 시스템은 단순히 유리의 두께를 늘리거나 강화유리를 적용하는 것만으로 안전성을 확보할 수 없다.
구조용 유리 설계자는 유리가 파손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해서는 안 된다. 사용 중 유리가 받게 되는 하중과 변형뿐 아니라,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유리가 파손됐을 때와 파손 이후 시스템이 어떻게 거동할 것인지까지 고려해야 한다. 결국 구조용 유리 설계는 안전성, 사용성, 심미성, 내구성과 효율성을 종합적으로 충족시키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한 안전율을 넘어 실제 조건을 반영하는 설계
구조용 유리에는 ASTM E1300, DIN 18008, EN 1990, CEN/TS 19100 등 여러 국제 설계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각 기준은 세부적인 계산 방법에서 차이를 보이지만, 유리의 강도를 하나의 고정된 값으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공통된 방향을 갖고 있다.
과거에 널리 사용된 허용응력설계는 재료가 허용할 수 있는 응력보다 실제 발생응력이 낮도록 일정한 안전율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비교적 이해하기 쉽고 적용이 간단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유리의 실제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조건을 충분히 반영하기는 어렵다.
유리의 구조적 성능은 유리 종류나 두께뿐 아니라 열처리 여부, 표면 상태, 가장자리 가공 수준, 홀의 위치와 품질, 하중이 작용하는 시간 등에 따라 달라진다. 같은 두께의 유리라도 절단한 상태의 엣지와 정밀하게 연마한 엣지의 성능이 같지 않으며, 투명한 일반 표면과 샌드블라스트 처리된 표면도 동일한 강도를 갖는다고 볼 수 없다. 풍하중처럼 짧은 시간 동안 작용하는 하중과 자중처럼 장기간 지속되는 하중 역시 유리에 미치는 영향이 서로 다르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유럽의 구조용 유리 설계에서는 한계상태설계가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한계상태설계는 유리의 기본 강도에 일률적인 안전율만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열처리 상태와 엣지 가공, 표면 처리, 하중 지속시간, 구조물의 중요도와 파손 결과 등을 각각의 설계인자로 반영한다. 따라서 실제 사용 환경과 시공 상태를 보다 구체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구조용 유리 설계에 적합한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유리의 중앙부보다 엣지와 홀을 주의해야 한다
구조해석에서 유리는 일반적으로 선형탄성재료로 간주한다. 하중을 받으면 일정한 관계에 따라 변형되지만, 철골 구조처럼 일부가 항복하면서 응력을 주변으로 재분배하는 능력은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작은 부위에 응력이 집중되면 그 지점이 곧 전체 시스템의 취약점이 될 수 있다.
특히 주의해야 하는 곳은 유리의 가장자리와 홀 주변, 안쪽으로 파인 코너와 접합부다. 유리 중앙부는 상대적으로 균일한 품질을 확보하기 쉽지만, 엣지에는 절단과 연마 과정에서 미세한 결함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홀을 가공한 부위에서는 단면이 감소할 뿐 아니라 홀 주변으로 응력이 집중된다. 설계자는 유리판 전체에 발생하는 평균응력만 확인해서는 안 되며, 이러한 국부 부위에서 발생하는 최대응력을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기하학적 비선형성 역시 구조용 유리 설계에서 중요한 요소다. 대형 판유리가 풍압을 받으면 초기 형상을 유지한 채 단순히 휘어지는 것이 아니라, 변형이 커짐에 따라 판 내부에 막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작용이 유리의 저항성능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지만, 지지조건이나 접합 방식에 따라 불리한 효과를 만들 수도 있다. 따라서 대형 유리나 얇은 유리를 설계할 때는 변형된 형상에서의 거동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
파손되지 않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구조용 유리 설계는 크게 극한한계상태와 사용한계상태에 대한 검토로 구분할 수 있다. 극한한계상태는 설계하중이 작용할 때 유리가 파손되지 않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풍하중, 자중, 적설하중, 사람에 의한 하중과 충격하중 등이 조합됐을 때 발생하는 응력이 유리의 설계강도를 초과하지 않는지 검토한다.
그러나 유리가 파손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구조적 성능이 확보됐다고 볼 수는 없다. 사용한계상태에서는 하중으로 인해 발생하는 처짐과 변형이 실제 사용에 적합한 수준인지 확인한다. 유리의 처짐이 과도하면 입면이 시각적으로 불안정해 보일 수 있으며, 실링재나 개스킷에 예상하지 못한 변형을 일으킬 수 있다. 복층유리에서는 가장자리 실링의 내구성이 저하될 수 있고, 접합유리에서는 층간재의 장기적인 거동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구조용 유리는 강도와 처짐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파손 방지를 위한 안전성 검토와 정상적인 사용을 위한 사용성 검토가 동시에 이뤄져야 하며, 접합유리나 복층유리에서는 장기적인 내구성도 설계 단계에서 고려해야 한다.
구조용 유리의 성능을 결정하는 접합부
구조용 유리 시스템에서는 유리판 자체의 강도만큼 접합부의 설계가 중요하다. 유리와 금속 하드웨어가 직접 맞닿거나 볼트로 체결되는 부분에서 작은 제작오차와 시공오차가 발생하면 하중이 계획한 방식으로 전달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속 구조에서는 일부 접촉면에 하중이 집중되더라도 부재가 소성변형하면서 응력이 주변으로 분산될 수 있다. 반면 유리는 이러한 응력 재분배 능력이 거의 없기 때문에, 하드웨어와 유리 사이에 간극이 있거나 접촉면이 불균일하면 특정 지점에 높은 압축응력이나 인장응력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작은 시공오차가 유리 파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유리와 금속 사이에 사용하는 접촉재료는 이러한 국부 응력을 완화하고 하중을 고르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접촉재료는 충분한 압축강도와 강성을 가져야 하지만 유리보다 지나치게 단단해서는 안 된다. 온도 변화에도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해야 하고, 장기간 하중을 받았을 때 변형이 과도하게 증가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자외선과 세척제, 습기와 부식에 대한 내구성을 갖춰야 하며, 주변의 실링재와 금속재료에 화학적으로 영향을 주지 않아야 한다.
유리 홀과 볼트 사이의 간극을 채우기 위해 사용되는 충진재도 같은 관점에서 선정해야 한다. 충진재는 홀 내부의 불균일한 접촉을 방지하고 볼트에서 전달되는 힘을 유리 단면에 고르게 분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단순한 접착재가 아니라 구조적 하중전달에 적합한 물성과 시공성을 갖춰야 한다.
볼트가 유리의 변형을 지나치게 구속해서는 안 된다
포인트 서포트 글레이징에서는 유리판에 홀을 가공하고 볼트나 로튤을 이용해 구조체에 연결한다. 이때 접합부는 유리를 단단히 고정하는 것만을 목표로 설계해서는 안 된다. 유리는 풍하중과 온도 변화에 따라 휘어지고 미세하게 움직이는데, 볼트가 이러한 변형을 지나치게 구속하면 홀 주변에 높은 국부응력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원문에 소개된 해석 사례에서는 두께 12㎜, 크기 2,000×2,000㎜의 강화유리에 동일한 풍압을 적용한 뒤 힌지형 접합과 고정형 접합의 발생응력을 비교했다. 유리의 회전을 일부 허용하는 힌지형 볼트에서는 약 47.42MPa의 응력이 발생한 반면, 회전을 구속하는 고정형 볼트에서는 약 66.16MPa의 응력이 발생했다. 같은 유리와 같은 하중이라도 접합부의 회전 허용 여부에 따라 응력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힌지형 접합은 접합부에서 유리가 변형될 때 볼트가 일정 부분 회전할 수 있도록 해 유리의 휨을 자연스럽게 수용한다. 반대로 고정형 접합은 지점 부위의 회전을 억제해 홀 주변에 더 큰 응력을 발생시킬 수 있다. 따라서 포인트 서포트 글레이징에서는 볼트의 강도뿐 아니라 회전 성능과 관절 구조, 유리와 볼트 사이의 접촉 조건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전단접합과 마찰접합에서 고려할 사항
접합유리에 홀을 가공할 경우 각각의 유리판에 형성된 홀의 위치가 완전히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이 상태에서 볼트를 그대로 삽입하면 일부 유리판에만 하중이 집중되거나 볼트와 홀의 한쪽 면이 먼저 접촉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줄이기 위해 홀 내부에 베젤을 설치하거나 구조용 충진재를 주입해 볼트와 유리 사이의 간극을 채운다.
마찰접합은 볼트의 인장력으로 유리와 금속판 사이에 압착력을 만들고, 그 접촉면에서 발생하는 마찰력을 통해 하중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구조적으로 깔끔한 외관을 구현할 수 있지만, 볼트의 개수와 체결 토크, 금속판 표면의 평활도와 마찰재의 특성 등을 세밀하게 관리해야 한다.
특히 접합유리에 마찰접합을 적용할 때는 층간재의 장기적인 크리프 현상을 고려해야 한다. 장기간 지속되는 압력과 온도 변화로 층간재가 변형되면 초기의 압착력이 달라지고, 그 결과 마찰저항도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찰접합은 초기 강도뿐 아니라 장기적인 재료 거동과 유지관리 가능성까지 검토한 뒤 제한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홀과 유리 엣지 사이의 거리가 중요한 이유
유리에 가공된 홀은 구조적으로 불가피한 취약부가 된다. 원문에서는 홀 주변에 유리 단면의 평균응력보다 약 세 배에 이르는 응력이 집중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홀의 위치가 유리 엣지에 지나치게 가까우면 홀과 엣지 사이의 좁은 단면에 높은 인장응력이 발생하며, 유리 하단이나 가장자리에서 파손이 시작될 가능성이 커진다.
원문에 제시된 해석에서는 동일한 크기와 두께의 강화유리에 대해 홀과 엣지 사이의 거리를 80㎜와 35㎜로 나누어 비교했다. 80㎜의 거리를 확보한 경우 응력이 홀 주변에 비교적 안정적으로 분포했지만, 35㎜인 경우에는 홀 아래쪽 유리 엣지에 높은 인장응력이 집중됐다. 이는 홀의 크기와 위치가 단순한 가공 치수가 아니라 유리의 구조 안전성을 결정하는 설계 요소임을 보여준다.
구조용 유리의 홀 위치를 결정할 때는 외관과 하드웨어 배치만을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유리의 두께와 크기, 홀의 지름, 하중 방향, 엣지 가공 상태와 열처리 조건을 함께 고려해야 하며, 필요한 경우 유한요소해석이나 실물시험을 통해 응력 집중 정도를 확인해야 한다.
투명한 건축을 완성하는 보이지 않는 엔지니어링
구조용 유리는 건축가에게 높은 투명성과 자유로운 입면 디자인을 제공한다. 그러나 프레임이 가늘어지고 유리판이 커질수록 구조설계와 제작, 시공 과정에서 관리해야 할 변수는 더욱 많아진다. 유리의 종류와 열처리 상태뿐 아니라 엣지 품질, 표면 처리, 홀 가공, 하중 지속시간, 볼트의 회전 성능과 접촉재료의 특성까지 설계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구조용 유리 설계의 핵심은 단순히 높은 강도의 유리를 선택하는 데 있지 않다. 유리판에서 접합부와 지지구조로 하중이 어떤 경로를 따라 전달되는지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특정 부위에 응력이 집중되지 않도록 전체 시스템을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유리가 파손됐을 때 잔존 안전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장기간 사용하면서 접합부와 복합유리의 성능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도 고려해야 한다.
국내에는 구조용 유리와 관련한 KDS 기준이 마련돼 있지만, 복잡하고 비정형적인 글라스 파사드에 적용하기에는 아직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다. 실제 프로젝트에서는 국내 기준과 함께 DIN 18008, CEN/TS 19100 등 해외 기준을 검토하고, 구조해석과 실물시험, 제작 품질관리와 시공관리를 종합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다.
대형 글라스 파사드가 보여주는 투명하고 간결한 외관 뒤에는 유리의 취성을 이해하고 제어하기 위한 정밀한 엔지니어링이 존재한다. 구조용 유리의 완성도는 눈에 보이는 유리판의 크기보다,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엣지와 홀, 볼트와 접촉재료를 얼마나 세심하게 설계했는가에 의해 결정된다.
© 월간익스테리어 | FACADE
© 글. 김상철 대표 (주)아텍글라스 02-527-2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