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민호 부장 | 씨카코리아
1)국내의 표준 규격은 KS F 4910으로 표준명이 ‘건축용 실링재’이다. 전 회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실링재에는 여러 유형의 실링재(실리콘, 폴리우레탄, 변성실리콘, 아크릴, 부틸, 각종 하이브리드 실링재)가 존재한다. 하지만 천정을 의미하는재료(실링재)와 혼돈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이후 부터는 영문 용어인 실란트(sealant)로 통일하여 표기하겠다.
파사드 관련 회의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문장 중 하나는 이것이다.
“이 부분은 실란트로 붙이면 되지 않나요?”
설계자도, 시공자도, 때로는 발주처도 큰 부담 없이 이 말을 꺼낸다. 실란트는 잘 붙고, 막아주고, 유연하며, 문제가 생기면 나중에 보수도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질문이 등장하는 순간, 많은 현장에서 문제의 씨앗은 이미 심어지고 있다.

© Si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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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착(adhesion)과 실링(sealing)은 다른 역할이다
실란트와 접착제의 차이는 명확하지만, 현장에서는 자주 혼용된다.
- 접착제(Adhesive): 부재를 고정하고 하중을 전달/지지한다
- 실란트(Sealant): 틈을 유지하면서 수밀·기밀을 확보한다

즉, 접착제는 ‘붙여서 움직이지 않게 만드는 재료’이고, 실란트는 ‘움직임을 전제로 틈을 유지하는 재료’다. 그럼에도 파사드 현장에서는 실란트가 접착제처럼 사용되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보강재 없이 실란트만으로 부재를 고정하거나, 구조적 지지가 필요한 위치에 실란트를 적용(구조용 실란트 제외)하거나, 줄눈 폭과 깊이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접착 역할을 기대한다.
이런 사용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거의 예외 없이 하자로 이어진다.
왜 실란트는 ‘붙이는 재료’처럼 보일까
실란트가 접착제처럼 오해받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 초기 접착력이다. 대부분의 실란트는 시공 직후 피착재에 잘 달라붙어 보인다. 이 모습만 보면 ‘충분히 붙었다’고 판단하기 쉽다.
둘째, 줄눈이라는 위치다. 실란트는 항상 부재의 경계에 존재하기 때문에, 마치 두 부재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셋째, 책임의 공백이다. 구조도 아니고, 마감도 아닌 위치에 놓이면서 설계 단계에서 명확한 역할 정의가 빠지는 경우가 많다.
이 세 가지가 겹치면 실란트는 자연스럽게 ‘뭐든지 해결해주는 재료’가 된다.
실란트가 감당하지 못하는 것들
실란트는 유연하지만, 무한히 늘어나거나 버틸 수 있는 재료는 아니다. 파사드에서 실란트가 특히 취약해지는 조건은 다음과 같다.
- 구조적 하중이 직접 전달되는 경우
- 줄눈 폭이 너무 좁아 변형을 흡수할 수 없는 경우
- 한쪽 피착재가 장기적으로 이동·변형되는 경우
- 반복적인 개폐, 진동, 풍하중이 집중되는 경우
이런 조건에서 실란트는 ‘찢어지거나’, ‘떨어지거나’, ‘접착 계면에서 먼저 파괴’된다. 그리고 그 결과는 누수, 박리, 탈락으로 나타난다.
문제는 이 현상이 실란트의 성능 부족으로 오해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역할을 잘못 부여받은 결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구조용 실란트와 웨더 실란트의 경계
파사드 실무자라면 ‘구조용 실란트’라는 용어에 익숙할 것이다. 하지만 이 단어 역시 종종 오해를 낳는다.
구조용 실란트는 말 그대로 구조적 하중을 전달하도록 설계·검증된 실란트다. 이는 아무 실란트나 ‘두껍게 바른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 적용 가능한 피착재가 제한돼 있고
- 접착 시험과 설계 검토가 필수이며
- 시공 관리와 품질 기록이 전제된다
반대로 대부분의 줄눈에 사용되는 웨더 실란트는 구조 하중을 전달하기 위한 재료가 아니다. 두 실란트의 용도를 혼용하는 순간, 문제는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접착 시험이 필요한 이유
앞선 회차에서 언급했듯, 실란트 하자의 상당수는 피착재와의 접착 실패에서 시작된다.
실란트를 ‘붙이는 재료’로 오해할수록, 오히려 접착 시험은 더 중요해진다.
- 새로운 피착재를 사용하는 경우
- 표면 처리나 코팅이 변경된 경우
- 동일 재료라도 제조사나 공정이 바뀐 경우
이런 변화가 있을 때 접착 시험을 생략하면, 초기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더라도 장기적으로 접착 계면에서 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실란트는 접착제가 아니지만, 접착이 전제되지 않으면 실란트로서의 기능조차 수행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파사드에서 필요한 질문
실란트를 적용하기 전, 파사드 실무자라면 최소한 다음 질문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한다.
- 이 줄눈은 움직일 수 있는가, 아니면 고정돼야 하는가?
- 실란트가 하중을 받는 구조인가?
- 줄눈 폭과 깊이는 변형을 흡수할 수 있는가?
- 피착재와의 접착은 시험으로 확인됐는가?
- 다른 부재와의 접촉으로 기능이 저하되거나 품질에 문제를 발생시키는가?
이 질문에 명확히 답할 수 없다면, 그 실란트는 이미 접착제처럼 사용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2회차를 마치며
실란트는 접착제가 아니다. 이 문장은 단순한 정의가 아니라, 파사드 하자를 줄이기 위한 출발점이다. 실란트에게 접착제의 역할을 기대하는 순간, 실란트는 가장 약한 고리가 된다. 반대로 역할을 정확히 이해하고 설계·시공한다면, 실란트는 파사드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조용한 구성원이 된다. 다음 회에서는 ‘실란트 시험, 우리는 무엇을 확인하고 있는가’에 대해 다뤄보려 한다.
© 월간익스테리어 | FACADE
글. 이민호 부장 | 씨카코리아
1)국내의 표준 규격은 KS F 4910으로 표준명이 ‘건축용 실링재’이다. 전 회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실링재에는 여러 유형의 실링재(실리콘, 폴리우레탄, 변성실리콘, 아크릴, 부틸, 각종 하이브리드 실링재)가 존재한다. 하지만 천정을 의미하는재료(실링재)와 혼돈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이후 부터는 영문 용어인 실란트(sealant)로 통일하여 표기하겠다.
파사드 관련 회의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문장 중 하나는 이것이다.
“이 부분은 실란트로 붙이면 되지 않나요?”
설계자도, 시공자도, 때로는 발주처도 큰 부담 없이 이 말을 꺼낸다. 실란트는 잘 붙고, 막아주고, 유연하며, 문제가 생기면 나중에 보수도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질문이 등장하는 순간, 많은 현장에서 문제의 씨앗은 이미 심어지고 있다.
© Si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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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착(adhesion)과 실링(sealing)은 다른 역할이다
실란트와 접착제의 차이는 명확하지만, 현장에서는 자주 혼용된다.
즉, 접착제는 ‘붙여서 움직이지 않게 만드는 재료’이고, 실란트는 ‘움직임을 전제로 틈을 유지하는 재료’다. 그럼에도 파사드 현장에서는 실란트가 접착제처럼 사용되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보강재 없이 실란트만으로 부재를 고정하거나, 구조적 지지가 필요한 위치에 실란트를 적용(구조용 실란트 제외)하거나, 줄눈 폭과 깊이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접착 역할을 기대한다.
이런 사용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거의 예외 없이 하자로 이어진다.
왜 실란트는 ‘붙이는 재료’처럼 보일까
실란트가 접착제처럼 오해받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 초기 접착력이다. 대부분의 실란트는 시공 직후 피착재에 잘 달라붙어 보인다. 이 모습만 보면 ‘충분히 붙었다’고 판단하기 쉽다.
둘째, 줄눈이라는 위치다. 실란트는 항상 부재의 경계에 존재하기 때문에, 마치 두 부재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셋째, 책임의 공백이다. 구조도 아니고, 마감도 아닌 위치에 놓이면서 설계 단계에서 명확한 역할 정의가 빠지는 경우가 많다.
이 세 가지가 겹치면 실란트는 자연스럽게 ‘뭐든지 해결해주는 재료’가 된다.
실란트가 감당하지 못하는 것들
실란트는 유연하지만, 무한히 늘어나거나 버틸 수 있는 재료는 아니다. 파사드에서 실란트가 특히 취약해지는 조건은 다음과 같다.
이런 조건에서 실란트는 ‘찢어지거나’, ‘떨어지거나’, ‘접착 계면에서 먼저 파괴’된다. 그리고 그 결과는 누수, 박리, 탈락으로 나타난다.
문제는 이 현상이 실란트의 성능 부족으로 오해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역할을 잘못 부여받은 결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구조용 실란트와 웨더 실란트의 경계
파사드 실무자라면 ‘구조용 실란트’라는 용어에 익숙할 것이다. 하지만 이 단어 역시 종종 오해를 낳는다.
구조용 실란트는 말 그대로 구조적 하중을 전달하도록 설계·검증된 실란트다. 이는 아무 실란트나 ‘두껍게 바른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반대로 대부분의 줄눈에 사용되는 웨더 실란트는 구조 하중을 전달하기 위한 재료가 아니다. 두 실란트의 용도를 혼용하는 순간, 문제는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접착 시험이 필요한 이유
앞선 회차에서 언급했듯, 실란트 하자의 상당수는 피착재와의 접착 실패에서 시작된다.
실란트를 ‘붙이는 재료’로 오해할수록, 오히려 접착 시험은 더 중요해진다.
이런 변화가 있을 때 접착 시험을 생략하면, 초기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더라도 장기적으로 접착 계면에서 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실란트는 접착제가 아니지만, 접착이 전제되지 않으면 실란트로서의 기능조차 수행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파사드에서 필요한 질문
실란트를 적용하기 전, 파사드 실무자라면 최소한 다음 질문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한다.
이 질문에 명확히 답할 수 없다면, 그 실란트는 이미 접착제처럼 사용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2회차를 마치며
실란트는 접착제가 아니다. 이 문장은 단순한 정의가 아니라, 파사드 하자를 줄이기 위한 출발점이다. 실란트에게 접착제의 역할을 기대하는 순간, 실란트는 가장 약한 고리가 된다. 반대로 역할을 정확히 이해하고 설계·시공한다면, 실란트는 파사드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조용한 구성원이 된다. 다음 회에서는 ‘실란트 시험, 우리는 무엇을 확인하고 있는가’에 대해 다뤄보려 한다.
© 월간익스테리어 | FACA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