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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lant Insight #1] 왜 실리콘1)은 항상 마지막에 욕을 먹을까?

2026-01-31

글. 이민호 부장 | 씨카코리아 

 

1) 정확한 표현은 실란트(sealant)다. 실란트 유형에 실리콘, 폴리우레탄, 수성, 변성 등 수 많은 유형의 실란트가 존재한다.

이 글은 건축 관련 종사자, 그 중에서도 파사드 설계·시공·감리·자재를 다루는 분들을 독자로 전제한다. 이미 도면을 그려봤고, 현장을 겪어봤으며, 준공 이후의 전화를 받아본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다. 현장에서 문제가 생기면, 실리콘 제조사는 늘 가장 늦게 불린다. 그리고 거의 항상 가장 먼저 욕을 먹는다.

“실리콘이 문제네요.”

이 한마디로 수개월, 때로는 수년에 걸친 설계·자재 선정·시공 과정이 모두 지워진다. 실리콘은 그렇게 ‘결과물’이 된다.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문제의 표면이 되는 재료다.

파사드 하자 검토 회의에 참석해본 사람이라면 익숙한 장면일 것이다. 준공 후 1~3년, 누수나 오염, 균열이 발생한 현장에 모이면 이야기는 대개 이런 순서로 정리된다.

“유리는 문제없고요, 프레임도 이상 없군요. 여기 실리콘에 크랙이 갔군요. 아! 이 곳은 실리콘이 떨어졌네요. 이 곳이 녹아 흘러 내려요. 실리콘이 문젠가요?”

실리콘은 얇다. 눈에 보이고, 손으로 만질 수 있고, 사진으로 찍기 쉽다. 그래서 파사드 하자에서 모든 책임이 모이기 가장 좋은 재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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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ka


실리콘은 왜 항상 마지막 공정일까?

파사드 공정에서 실리콘은 거의 예외 없이 마지막에 등장한다. 구조체가 올라가고, 커튼월이나 외장 패널이 설치되고, 창호까지 마무리된 뒤 줄눈을 채운다. 공정표에서도 늘 맨 뒤다.

이 위치가 구조적인 문제를 만든다.

  • 공기 지연 시 가장 먼저 압축되는 공정
  • 앞선 모든 시공 오차가 그대로 반영되는 재료
  • 날씨·온도·습도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공정

결국 실리콘은 ‘설계와 시공의 오차를 흡수하는 완충재’ 역할을 기대 받는다. 하지만 그 오차가 얼마만큼인지, 실리콘이 실제로 감당할 수 있는지는 설계 단계에서 면밀히 검토되지 않는다. 물론, 규모가 큰 커튼월 현장의 경우에는 컨설팅 업체나 시공업체를 통해 사전에 도면 검토, 구조 검토, 실제 사용되는 피착재와의 접착성 시험, 기타 여러 부자재와의 상응성 시험이 이루어지지만 이는 전체 현장의 20~30% 수준일 것으로 생각된다.


“실리콘이니까 잘 늘어나겠지… 그리고 만능이니까 사용되는 자재에 당연히 잘 붙겠지.”


파사드 현장에서 이보다 위험한 전제는 많지 않다. 실리콘은 만능 재료가 아니다

파사드 관련 실무자들 사이에서도 실리콘을 접착제처럼 인식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붙여주고, 막아주고, 고정해주는 재료라는 이미지 때문이다.

하지만 실리콘의 본질은 피착재를 서로 붙이고 움직임을 허용하면서 틈을 유지하는 것이다.

즉, 실리콘은 버티고 견디는 재료다.

  • 구조체와 커튼월의 상대 변위
  • 온도 변화에 따른 재료별 열팽창 차이
  • 장기 하중과 반복 변형
  • 풍압에 따른 구조적인 접착 성능

이 모든 조건을 전제로 줄눈 폭, 깊이, 형상이 사용되는 제품의 성능에 맞게 설계되어야 하며, 최소한 실제 사용되는 여러 피착재(유리, 프레임, 판넬, 석재 등)와의 접착성 정도는 사전에 반드시 확인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실리콘은 애초에 설계되지 않은 역할까지 떠안게 된다.


하자는 실리콘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여러 현장을 돌아보며 느낀 점은 분명하다. 대부분의 실리콘 하자는 실리콘 시공 시점이 아니라, 이미 그 이전 단계에서 결정돼 있다.

  • 초기 줄눈 폭 설정 오류
  • 백업재 미적용 또는 잘못된 적용
  • 움직임을 고려하지 않은 재료 조합
  • 시공 시점의 온·습도 조건 무시
  • 피착재의 접착성 미 확인
  • 접촉되는 부자재 간의 적합성 미 확인

하지만 준공 후 하자 검토에서는 이런 요소들이 거의 논의되지 않는다. 도면과 시공 기록 대신, 눈에 보이는 결과만 남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리콘은 항상 범인처럼 서 있다.


그럼에도 실리콘이 중요한 이유

아이러니하게도 실리콘은 파사드에서 가장 작은 재료지만, 문제가 생기면 건물의 인상을 가장 빠르게 바꾼다.

실리콘이 오염되면 파사드는 금방 낡아 보이고,

실리콘이 균열되면 외피 전체가 불안해 보이며,

실리콘이 박리되면 파사드 시스템 전체의 신뢰가 흔들린다.

그래서 실리콘은 단순한 마감재가 아니다. 파사드의 마지막이자, 설계와 시공의 결과를 가장 솔직하게 드러내는 재료다.

1회차를 마치며 이 연재는 특정 제품이나 브랜드를 이야기하기 위한 글이 아니다. 대신 파사드 실무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상황을 바탕으로, 왜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지, 어디에서 이미 결과가 결정되는지, 무엇을 바꾸면 하자를 줄일 수 있는지를 차분히 짚어보려 한다.

실리콘이 항상 마지막에 욕을 먹는다. 하지만 파사드 설계와 시공의 흐름 속에서 조금만 더 앞당겨 생각한다면, 실리콘은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시스템의 일부가 될 수 있다.

다음 회에서는 “실란트는 접착제가 아니다.”라는 주제를, 파사드 관점에서 조금 더 기술적으로 풀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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